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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예술

대한민국의 바다와 해양 문화를 모두 담아낸 종합 해양 플랫폼 [국립해양박물관]

by 뭔들쓰는 인간 2025. 12. 1.

 

 

부산 영도에 들어서면 바다보다 먼저 눈에 띄는 건물이 있다. 바다를 향해 열려 있는 듯한 독특한 형태의 건물, 바로 국립해양박물관이다. 이곳은 대한민국의 바다 관련 유산과 해양 인문학, 과학·기술·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 해양박물관으로, 2012년 7월 9일 임시 개관을 시작으로 2015년 4월 공식 개관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국립해양박물관법이 제정되면서 특수법인으로 재정비되었고,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국립 해양박물관’이라는 이름을 가진 기관이라는 점에서 그 상징성은 매우 크다.

국립해양박물관은 해양 클러스터 조성 지역인 부산 영도구 동삼동에 자리하고 있다. 이 지역은 해양수산부 산하 연구 기관과 대학·관련 산업 시설이 밀집한 공간으로, 우리나라 해양 연구와 산업의 중심지라 불린다. 박물관이 이곳에 세워졌다는 점은 단순한 위치 선정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바다를 앞에 두고, 실제 해양 산업과 연구가 이루어지는 현장 속에서 해양 역사를 전시하고 연구함으로써 ‘현장의 박물관’으로 기능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박물관 규모 자체도 한국 해양 문화의 위상을 보여준다. 부지 면적은 45,386㎡, 건축면적은 25,870㎡에 달하며,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이어지는 큰 건물 안에 상설 전시관, 기획전시관, 도서관, 4D 영상관, 수족관 등이 갖추어져 있다. 해양을 주제로 한 박물관인 만큼 전면부는 바다와 연결되는 전망을 살리고, 내부는 수평적으로 넓게 펼쳐지는 구조를 통해 ‘바다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국립해양박물관의 핵심 기능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해양 관련 유산의 수집·관리·보존이다. 이는 단순한 물건의 저장이 아니라 해양 문화와 기술·산업의 역사적 궤적을 기록하는 활동이다. 현재 박물관은 약 22,000여 점의 유물을 보유하고 있는데, 대부분은 수집·기증·복원 과정을 거쳐 확보된 자료들이다.
둘째, 연구와 조사 활동이다. 해양 고고학, 수산업, 항해 기술, 조선업, 민속 문화 등 바다를 둘러싼 다양한 학문적 주제를 분석하고, 학술·교육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키는 역할을 한다.
셋째, 전시와 교육이다. 상설 전시를 통해 해양문화의 큰 흐름을 소개하면서도, 다양한 체험 활동과 프로그램을 병행해 남녀노소 누구나 바다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넷째, 국내외 해양 문화 교류이다. 해외 박물관·연구 기관과의 공동 조사, 전시 협력 등을 통해 국제적인 해양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전시 구성은 층별로 명확한 주제가 설정되어 있다.
2층에는 어린이박물관이 자리한다. 이곳은 ‘바다와 환경’을 주제로, 아이들이 직접 만지고, 보고, 체험할 수 있는 전시 연출이 특징이다. 어린이를 위한 해양 교육 공간으로 설계된 만큼, 시각적·감각적 요소가 풍부하다. 어린이 전용 놀이형 전시, 해양 생물 체험 콘텐츠 등이 마련되어 있어 유아·초등 관람객이 가장 즐겨 찾는 공간이다.

3층은 인류의 역사에서 바다가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다각도에서 보여주는 문화·역사 중심의 공간이다. 항해 기술의 발전, 바다를 통한 교역과 교류, 해양 민속 문화 등 다양한 주제가 유물 중심으로 전개된다.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사람들의 생활 풍습, 조선 시대의 해양 활동, 동서양의 항해 도구 등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기 때문에 역사적 연속성을 느끼기 좋은 공간이다. 또한, 해양생태계와 관련된 전시는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체험 요소가 포함되어 있어 학습 효과가 높다.

4층은 ‘해양 산업과 과학’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바다를 통해 이루어진 생산 활동, 조선·항만·수산업의 역사, 현대 해양 산업의 기술적 발전 등이 한눈에 정리되어 있다. 여기에 지속 가능한 해양 개발과 과학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해양과학관이 함께 배치되어 있어 미래 해양 기술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박물관의 소장품 중 대표적인 유물들은 국가 해양사와 국제 해양사에서 높은 가치를 지닌 자료들이다.
예를 들어 ‘죽도제찰(1837년)’은 일본 정부가 자국민의 울릉도·독도 항해를 금지하며 세운 경고문으로, 한국 영토 문제와 관련한 중요한 사료다.
또한, 18세기 영국 아담스 일가가 제작한 항해용 지구의와 천구의는 동해를 ‘한국해(Mare Corea)’로 표기한 지도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크다.
이탈리아에서 1646년에 제작된 세계 최초의 해도첩 《바다의 신비》는 전세계에 10점밖에 존재하지 않는 희귀 자료이며, 아시아권에서는 이 박물관이 유일하게 소장하고 있다.
조선 시대의 충민공계초는 이순신 장군의 장계를 등록한 문서로서 임진왜란 관련 사료 가운데 매우 중요한 자료다.
또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봉별시고, 통신사 관련 문서, 도화소 조도 등도 박물관의 대표 자료로 손꼽힌다.
부산시 문화재자료로 지정된 ‘백자철화운룡문항아리’도 박물관 소장품의 중요한 축을 이룬다.

국립해양박물관은 전시 외에도 다양한 부대시설을 통해 해양문화 체험의 폭을 넓히고 있다. 해양도서관에는 5만여 권의 도서가 소장되어 있으며, 해양 전문 서적부터 학술 자료, 멀티미디어 자료까지 접근성이 매우 높다. 지름 11m, 깊이 4.8m의 대형 수족관은 바다 생물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어 어린이뿐 아니라 성인 관람객에게도 인기가 많다. 이 외에도 4D 영상관, 야외 광장, 바다 전망대 등은 박물관이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니라 복합 문화공간으로 활용되도록 설계된 구성 요소들이다.

국립해양박물관의 목표는 바다를 단순한 자연환경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 동력, 문화적 자원, 그리고 인문학적 사유의 장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것이다. ‘해양로에서 바다로’라는 연구·강연 프로그램은 해양 인문학을 쉽고 깊이 있게 전달하기 위한 시도이며, 이후 책으로 엮인 《바다를 읽다》는 박물관의 지식 확산 활동을 대표하는 사례가 되었다.

이처럼 국립해양박물관은 해양문화 보존과 해양학 연구, 해양산업의 과거·현재·미래를 연결하는 국가 거점 기관으로 꾸준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영도의 바다를 내려다보며 박물관을 둘러보면, 대한민국이 바다를 중심으로 성장해 온 국가라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리고 이 박물관은 바로 그 흐름을 기록하고 기억하게 하는 든든한 문화적 나침반과도 같은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