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종로구 삼청로, 경복궁 한켠에 자리 잡은 국립민속박물관은 한국인의 일상과 문화, 그리고 세대를 넘나드는 생활양식을 연구·전시하는 국가대표 생활사 박물관이다. 정식 발족은 1992년 10월이지만 그 뿌리는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방 직후인 1945년 11월 국립민족박물관이 설립된 것이 시작점이며, 이후 여러 차례 조직과 명칭을 바꾸며 오늘날의 형태에 이르렀다. 현재는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관장은 고위공무원단 나등급의 학예연구관이 맡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의 본관 건물은 한국 전통건축의 미감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디자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설계자인 건축가 강봉진은 법주사 팔상전과 금산사 미륵전, 화엄사 각황전 등 전통 목조건축의 형태를 모티브로 삼아 박물관 건물을 구성했다. 외관은 웅장하면서도 고전적인 분위기를 지니고 있어, 경복궁의 풍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것이 특징이다.
본관 외에도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에 ‘국립민속박물관 파주관’이 자리하고 있다. 파주관은 2021년 7월 개관했으며, 국내 박물관으로는 보기 드문 개방형 수장고 형태의 전시 방식을 도입해 큰 주목을 받았다. 이곳은 수장고 자체를 전시 공간으로 활용함으로써 ‘보이지 않는 유물 보관 과정’을 관람객이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박물관이 추구하는 비전은 “민속에 상상력을 더하는 K-Culture 박물관”이다. 전통적 생활 문화를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날의 문화 감각과 연결해 새로운 가치로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공감·창의·탐구·혁신을 핵심 가치로 삼으며, 2026년까지 ‘민속문화의 상상력 확대’, ‘연결과 확장’, ‘탐구와 활용’, ‘미래가치 창출’이라는 전략 목표를 추진 중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의 연혁을 살펴보면, 한국 생활사 연구와 전시 분야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자연스럽게 담겨 있다. 1946년 국립민족박물관이 개관하고, 1950년에는 국립박물관 남산분관으로 편입되었다. 이후 1966년에는 문화재관리국의 한국민속관으로 개편되며 경복궁 수정전에서 운영되었다. 1975년에는 경복궁 내 구 현대미술관 건물에서 ‘한국민속박물관’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어 본격적으로 민속 전시가 시작되었다.
1979년 국립중앙박물관 산하로 들어가면서 국립민속박물관의 성격을 갖추기 시작했고, 1992년에는 ‘국립민속박물관’이라는 정식 명칭과 함께 문화부 소속 제1차 국립박물관으로 자리 잡았다. 1993년에는 지금의 본관 건물(구 국립중앙박물관 청사)로 이전했고, 이후 여러 차례 조직이 개편되면서 관람 서비스와 전시 기능이 확장되었다. 2003년 어린이박물관 개관, 2009년 어린이박물관 신설, 2021년 파주관 개관 등은 박물관의 대상층을 넓히고 교육적 기능을 강화한 중요한 변화였다.
관람 정보도 일반인에게 친숙하게 구성되어 있다. 사전 예약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으며, 관람료는 무료다(단, 경복궁 관람료는 별도). 3~10월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겨울철인 11~2월에는 5시까지 운영된다. 토요일에는 야간 연장 개관도 이루어져 여유로운 관람이 가능하다. 매년 1월 1일과 설·추석 당일은 휴관일이다.
전시는 크게 상설전시·야외전시·기획 전시·기증 전시·국제 교류전으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상설 전시는 세 개의 전시관으로 구성된다.
제1전시관 ‘한국인의 오늘’에서는 한국인의 현대 생활과 문화 속에 녹아든 민속 요소를 K-Culture라는 키워드로 재해석해 보여준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건, 시대별로 달라진 취향, 공동체가 공유해온 삶의 순간들이 주요 전시 소재다.
제2전시관 ‘한국인의 일 년’은 19세기에서 20세기로 이어지는 한국인의 계절별 생활 변화와 세시풍속을 시대 흐름에 따라 전시한다. 절기, 농경 문화, 명절 의례 등 우리 민족의 내밀한 일상적 흐름을 만날 수 있다.
제3전시관 ‘한국인의 일생’은 출생에서 죽음까지 한국인이 거쳐온 일생 의례와 생활 변화를 조선시대부터 현대까지의 자료를 통해 설명한다. 출산·성년례·혼례·장례와 같은 주요 의식과 관련 생활도구들을 시대별로 비교할 수 있어 많은 관람객이 흥미롭게 찾는 전시다.
야외전시 공간은 실제 민속 유물을 그대로 옮긴 듯한 체험형 공간으로 구성된다. 열두띠동상, 돌하르방, 장승, 효자각, 오촌댁 같은 전통가옥 재현, 연자방아, 물레방앗간 등 전통 생활 도구를 자연 환경 속에서 볼 수 있다. 경복궁 근정전, 황룡사 9층탑, 신라 안압지 등의 축소 모형도 자리해 역사적 건축물의 형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기획 전시는 매해 3~4회 특별 주제를 선정해 진행되며, 현대적 시각에서 민속문화를 재해석한 주제가 자주 다뤄진다. 기증 전시는 개인·단체가 기증한 유물을 위한 전시 공간으로, 매년 여러 차례 작은 기증전과 특별 기증전이 열린다. 기증자의 뜻을 기리고, 민속 문화재를 사회적 자산으로 공유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다.
국제교류전시 역시 활발하게 운영된다. 해외 박물관과 협력하여 한국 문화를 세계에 소개하는 형태의 전시가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 오사카 국립민족학박물관에서 열린 ‘아리랑 순회전’, 중국 베이징 한국문화원에서 진행된 ‘대장금 북경 나들이’ 전시는 한국 민속문화를 해외 관람객에게 직접 소개한 사례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전통문화 보존을 넘어, 한국인의 삶을 기반으로 한 문화적 창조와 재해석의 중심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현대적 시각을 통해 민속을 바라보고, 이를 미래 문화산업과 연결하는 박물관의 비전은 앞으로도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경복궁의 역사적 공간성과, 파주관의 개방형 수장고라는 독특한 구조는 국립민속박물관이 추구하는 '연결과 확장'이라는 키워드와도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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