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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예술

[예술의전당] 왜 하필 서초동 우면산 아래였을까

by 뭔들쓰는 인간 2025. 12. 8.

 

 

오늘날 서울 서초동에 자리한 예술의전당은 한국 예술계에서 가장 상징적인 공간으로 꼽힌다. 음악, 연극, 오페라, 무용, 전시, 교육까지 한 곳에 모아놓은 거대한 종합예술 단지이지만, 이 공간이 처음부터 거창한 규모로 출발한 것은 아니다. 1980년대 초반 정부가 내세운 하나의 목표에서 모든 이야기가 시작된다. 당시 정부는 국가적 예술 활동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국제 행사를 앞둔 시점에서 문화적 위상을 보여줄 종합 예술 기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1982년 1월, 예술의전당 건립 방침이 확정되며 부지 탐색 작업에 돌입한다.

 

 

 

출처 : 위키백과

 

 


초기 후보지는 지금의 대법원 부지가 있는 서초동 967번지 일대였다. 당시 이곳은 서울시청의 예정 이전지였기 때문에 새로운 상징 건물을 세우기에는 나름 합리적인 선택처럼 보였다. 하지만 약 3만 평이라는 규모는 종합 예술 단지를 운영하기에는 지나치게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결국 이 계획은 보류되고, 같은 해 9월 남부순환로와 우면산 사이의 넓은 산자락을 새로운 후보지로 확정하게 된다. 약 23만㎡에 이르는 이 땅은 이후 예술의전당의 기반이 되었고, 1984년 11월 14일 국립국악당과 함께 기공식을 올리며 본격적인 변화를 시작한다. 특히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둔 시기였기 때문에, 예술의전당은 단순한 문화시설이 아니라 국가의 문화적 역량을 보여주는 상징적 건축 프로젝트로 여겨졌다.

예술의전당의 조성 과정은 두 단계로 나누어 진행됐다. 먼저 1단계에서는 음악당과 서예관(지금의 서울서예박물관)이 건립되었으며, 이 두 건물은 1988년 2월 문을 열었다. 이후 2단계 공사가 이어지면서 미술관과 오페라 하우스가 차례로 완성된다. 1990년 10월 한가람미술관과 서울예술자료관이 개관했고, 1993년 2월 15일 서울오페라극장(현재의 오페라하우스)이 문을 열며 비로소 전관 개관 체제를 갖추게 된다. 중간에는 부지 규모를 한 번 더 확장해 전체 면적이 6만 평대까지 넓어졌고, 이렇게 확보된 공간 위에 지금의 거대한 예술 콤플렉스가 완성되었다.

이 건물군 가운데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건물이 음악당이다. 예술의전당에서 음악당은 단순한 하나의 공연장을 넘어, 한국 음악 공연장의 기준을 새롭게 세운 공간으로 평가받는다. 국내 최초의 콘서트 전용홀인 콘서트홀은 2,523석 규모로 설계되어 대형 오케스트라의 울림을 온전히 받아낼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곳은 서울 시립 교향악단, KBS 교향악단, 강남 심포니 등 여러 악단의 정기 공연장으로 활용되며 클래식 음악 애호가라면 누구나 익숙한 무대다.

음악당에는 이 외에도 두 개의 공연장이 더 자리한다. 리사이틀 홀은 354석 규모의 중소형 홀로, 독주회나 실내악 공연처럼 섬세한 울림이 필요한 음악에 적합한 공간이다. 관객과 무대의 거리가 가까워 연주자의 호흡까지 생생하게 전달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보다 조금 큰 규모의 공연을 위한 IBK 챔버홀은 2011년에 신설된 공연장이다. 기존에는 소규모와 대규모 사이의 공연을 수용할 중형홀이 없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새롭게 구성된 공간이다. 600석 규모의 이 홀은 기업은행의 후원으로 건립되었기 때문에 ‘IBK’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예술의전당 하면 많은 사람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건물이 바로 오페라 하우스다. 갓을 형상화한 독특한 지붕과 원통형 형태의 외관은 상징적으로 이곳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자리 잡았다. 오페라 하우스 내부에는 세 개의 서로 다른 성격의 공연장이 마련되어 있다. 가장 큰 규모의 오페라극장은 2,305석으로 구성되어 대형 오페라, 발레, 뮤지컬 등 한층 장대한 공연을 담아낸다. 이 공간은 한 번 큰 변화를 겪은 적도 있다. 2007년 《라 보엠》 공연 중 무대 소품에 옮겨붙은 불이 큰 화재로 번지면서 무대가 전소된 것이다. 단순 수리로는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판단해 약 260억 원을 들여 전체 리모델링을 진행했고, 2008년 말 새롭게 문을 열었다. 이 과정에서 객석 교체, 시야 개선, 음향 반사벽 설치 등 공연의 질을 위한 업그레이드가 추가되었다.

중형 공연장인 토월극장은 2013년 CJ의 후원으로 리모델링을 마치고 ‘CJ 토월극장’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재개관했다. 기존 671석에서 1,004석 규모로 확장되면서 더 많은 관객을 수용할 수 있게 되었고, 연극과 뮤지컬,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가 이곳에서 꾸준히 무대에 오른다. 마지막으로 오페라 하우스 안에는 자유소극장이라는 실험적 성격의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관객 수는 가변형 300석 내외이며, 무대와 객석 배치를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어 실험극, 창작 워크숍 등 새로운 형태의 공연에 자주 활용된다.

공연 예술 외에도 예술의전당은 시각예술 분야에서도 상당한 역할을 한다. 한가람미술관은 1990년 개관한 현대미술 중심의 전시관으로, 국내외 주요 전시가 꾸준히 열리는 공간이다. 2002년에 문을 연 한가람디자인미술관은 조형예술과 디자인 전문 전시장을 목표로 만들어졌으며, 같은 건물 일부 공간에는 아르코 예술정보관도 함께 운영되고 있다. 서울서예박물관은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서예 전문 전시관으로,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서예 작품들을 소개한다.

예술의전당 단지를 걸어보면 건물 사이사이에 조성된 개방 공간도 인상적이다. 음악광장, 미술광장, 계단광장 같은 야외 공간들은 방문객이 자연스럽게 쉬어갈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 준다. 오페라 하우스와 서예박물관 사이에는 세계음악분수가 설치되어 있으며, 밤에는 화려한 조명과 음악이 어우러져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바로 옆에는 짧지만 산책하기 좋은 등산로도 자리하고 있어 우면산의 자연과 맞닿은 산책을 즐길 수도 있다.

부대시설도 다양하다. 카페, 레스토랑, 공연 전 간단히 들를 수 있는 카페테리아, 의상 대여점, 음반·음악 관련 상점 등이 있어 공연 관람 전후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전당 소속은 아니지만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과 무용원, 국립국악원 등이 옆 건물들과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어 교육기관과 예술기관이 서로 맞물린 하나의 문화축을 형성하고 있다.

예술의전당에는 여러 예술단체가 상주하면서 전당의 정체성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국립발레단, 국립오페라단, 국립합창단, 국립현대무용단 같은 국립 단체들은 이곳을 주요 활동 무대로 삼고 있으며,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 서울예술단 같은 민간 단체들도 활발하게 작품을 올린다. 이처럼 예술의전당은 공연·전시·교육·연구가 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한국 문화예술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았고, 지금도 다양한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다.